시청소감
미스트롯2 방송 심의규정 위반
2월 4일에 방영된 미스트롯2를 시청한 시청자입니다. 이날 방송을 보고는 TV조선 제작진과 방송사의 인권 감수성의 수준에 치가 떨렸습니다.
해당 방영분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져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한 출연자 진XX씨의 모습이 하나도 편집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실렸을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는 진XX씨가 눈물을 흘리며 하차를 결정하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참고. [진달래, 20년간 숨겨온 학폭…피해자가 밝힌 잔인함] https://tenasia.hankyung.com/topic/article/2021020124184
진XX씨가 20여년 전 저지른 학교폭력이 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밝혀진 것은 지난 1월 30일이고, 진씨가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1월 31일의 일입니다.
그 후 프로그램이 방영되기까지 무려 5일이나 말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가 진씨가 나오는 장면을 전혀 편집하지 않고 내보냈다는 것은 몹시 충격적인 일입니다.
또한 해당 방송사와 제작진이 피해자의 인권에 관한 고려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국 방송계의 수치입니다.
앞서 진씨의 전력을 폭로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티비에 나오고 그안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속상하다.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에 힘을 주는 인기있는 프로그램에 나와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글이 공개된 후 다수의 시청자들이 가해자를 비난했고 해당 출연자는 결국 방송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해자가 다음 경연을 준비하는 모습과 우는 모습까지 방송에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진씨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진 것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서 시청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기사 몇 줄로 화면에 띄운 것 외에 제작진은 어떠한 소명도 하지 않았고 유감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미스트롯2 방송을 보며 피해자가 겪었을 심적 고통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제작진의 관심은 오로지 진XX씨의 자리를 누가 메웠는지, 어떻게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갈지에만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진씨의 하차 과정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써먹으려들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는 단지 제작진의 미숙함이나 도덕적 고려가 부족했다는 변명으로 무마될 일이 아닙니다. 이는 공정성과 인권 측면에서 엄연한 방송 심의 규정 위반입니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3항("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과 제4항("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은 논란이 되는 특정 인물에 대해 우호적으로 편파보도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스트롯2 프로그램은 가해자를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안타깝게 하차한 불쌍한 출연자'로 그려내면서 이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이는 가해자에 대한 두둔이자 피해자를 향한 무시입니다.
또한, 위의 규정에서 제21조(인권보호) 제1항은 "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방송에 직접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에만 해당된다는 말은 없습니다.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사람의 하차에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피해자의 인권과 정신건강을 침해하는 2차 가해 행위라는 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뿐만 아니라, 제36조(폭력 묘사) 제4항은 "방송은 폭력을 조장하거나 미화ㆍ정당화하는 내용을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두둔이 사실상 폭력에 대한 정당화라는 걸 방송을 보는 여러 지각 있는 시청자들이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중에 아동이나 청소년 시청자들도 포함되어 있다면, 이들이 방송으로부터 무엇을 얻게 되겠습니까?
폭력을 저질러도 피해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숨어 지내야 하고, 가해자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연민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게 바로 언론의 힘입니다. 누군가를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언론에도 윤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방송은 시청자에 의해 감시되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상과 벌을 받습니다.
시청자와 방송 심의 규정을 존중하지 않는, 아니 거들떠 보지도 않는 언론은 냉혹한 비판을 받아 마땅합니다.
폭력 가해자를 두둔하는 방송을 내보낸 TV조선 방송사와 미스트롯2 제작진에게 폭력 피해자와 시청자들을 향한 공개사과를 요구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어느 출연자의 말처럼, TV조선도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것을 각오하셔야겠죠.
방통위 진정부터 국민청원까지,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로서, 방송 심의 규정과 인권을 철저히 준수하는 보다 질 좋은 방송을 만들 것을 당부드립니다.